'우리의 하루는 식사로 시작해, 식사로 끝난다'…제시카 판조, <저녁 식탁에서 지구를 생각하다> 중에서

김시몬 | 기사입력 2022/10/08 [22:48]

'우리의 하루는 식사로 시작해, 식사로 끝난다'…제시카 판조, <저녁 식탁에서 지구를 생각하다> 중에서

김시몬 | 입력 : 2022/10/08 [22:48]

 제시카 판조, <저녁 식탁에서 지구를 생각하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글로벌 식량 위기를 마주한 오늘, 매일 대하는 한 끼 밥상 앞에서 우리의 역할을 돌아보는 시간. 책 한 권을 읽는 작은 일에서부터, 지구를 위한 소박한 음식혁명이 시작된다.

 

지난 세기 동안 인간은 의식적인 선택에 따라 농업체계의 다양성을 대대적으로 축소시켰다. 지구상에 먹을 수 있는 식물이 5만 종이 넘지만, 그중에서 겨우 열다섯 가지 작물이 세계 인구의 열량 수요 90퍼센트를 해결한다.

한 세기 전만 해도 위기에 강하며, 기후에 적응하는 작물이 무수히 많았지만 현재 약 12종의 작물이 전 세계 농지의 75%를 차지할 만큼 생물 다양성은 줄어들었다.


전 세계인들의 밥상에 흔히 오르는 친숙한 노란색 과일, 바나나 역시 멸종 위기에 처한 작물 중 하나가 됐다. 본래 야생 바나나는 딱딱한 씨가 가득 차서 식용으로 먹기 힘들었지만, 인류는 씨 없는 바나나로 개량해 지금의 캐번디시 바나나 한 종을 남기게 되었다. 하지만 씨가 없는 바나나는 병충해에 취약했고, 전염병이 농장을 휩쓸면서 바나나의 운명은 벼랑 끝에 놓였다.

이제는 사라졌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토종 작물들. 그중, 야생의 씨 없는 바나나와 닮아 '코리안 바나나'라고 불리는 과일이 있다. 동네 아이들이 가을 산을 돌아다니며 마음껏 따먹던 야생 과일, 으름이다. 충주의 외딴 마을에서, 사라져가는 토종 야생과일인 으름을 지키는 강동구 농부의 땀방울을 통해,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먹을거리의 소중함을 느껴본다.

채소의 몫은 잎과 열매인 경우가 많지만, 나비는 채소의 꽃에 집중한다. 나비의 시선으로 채소를 바라보는 농부 이정근 씨. 그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꽃이 채소꽃’이라 말한다. 사진가였던 그는 전국의 토종 식물을 찍으러 다니면서, 그 가치를 직접 심고 수확하게 되었다. 그의 밭에 찾아오는 곤충들과 함께, 열골참외, 성환개구리참외, 청참외 등 우리의 어린시절 기억 속 다양한 토종 참외의 이름들을 되새겨본다.


<저녁식탁에서 지구를 생각하다> 책 속의 한 구절이 말하듯,'우리의 하루는 식사로 시작해, 식사로 끝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두만리 농부들의 하루는 흙으로 시작해 그림으로 끝이 난다. 직접 기른 콩, 박, 고추, 고구마를 그린 이들의 그림은 다른 화가들과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데. 수확 철을 맞아 분주한 농부들은 아무리 바빠도 저녁마다 화실에 모여 그림을 그린다. '땅은 농부의 도화지'라고 말하는 이들의 마음이 담긴 그림 속에서, 우리를 먹여 살리는 흙과 지구를 살리는 농부의 손길을 발견한다.

하루 세끼 '혼밥'하는 날이 늘어나면서, 모두가 둘러앉아 밥상을 마주한 날의 기억은 희미해져 간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너무 당연해서 잊고 살던 '밥상'의 소중함에 대한 사회와 사람들이 눈 돌리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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