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s팡세】예술가들의 작품과 싸인(Artist's Signature and Mine)

정택영 | 기사입력 2021/01/11 [19:14]

【정's팡세】예술가들의 작품과 싸인(Artist's Signature and Mine)

정택영 | 입력 : 2021/01/11 [19:14]

 



1. 예술가들은 거의 모두 각자 자신을 증명하고 대신하는 고유한 싸인을 만들어 사용한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이 '싸인'이란 자필 서명을 말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싸인 sign의 뜻은 '부호', '기호', '표지', '간판', '흔적', '표식'이란 의미이며 심지어 '기적'이란 뜻까지 방대한 뜻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싸인'이란 말은 바른 표현이 아니다.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완성한 후 마지막 화룡점정(畵龍點睛)을 하듯 "자필로 서명하는 것"을 '시그니쳐 signature'라고 말해야 옳은 것이다. '사인'이란 말이 들어간 어휘 중에 디자인 design이란 뜻은 '설계', '고안', '계획', '구현' 등의 뜻을 지니고 있다.

 
디자인이란 어휘는 프랑스어의 '데쌩(dessein)'과 비슷한 시기인 15~16세기 때 형성된 라틴어 '디세뇨(disegno)'로 이 두 단어의 뜻은 '계획, 의도, 목적, 그림, 모델'을 의미했다.

 
'디세뇨'라는 말은 이태리 미술 이론가 란칠로티(F. Lancilotti)가 그의 저서인 '회화 개론'에서 "회화를 위한 계획, 즉 밑그림"을 의미한 데서 유래했다.

 
디세뇨는 점차 예술가의 마음에서 작용하는 창조적 사고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는데 이는 예술가의 "마음의 계획"을 의미하게 되었다. 또한, 디자인이란 말은 라틴어 '데시그나레(Designare)'로부터 유래되었다. 데시그나레는 '지시하다, 의미하다'를 뜻하는 말로 어원적 구조는 'de'와 'signare'의 결합에 의해 이루어진다.

 
'de'라는 접두어는 "~을 분리하다, 또는 취하다"를 뜻하며, 'signare'의 "기호, 또는 상징"이라는 뜻과 결합되어 "기존 기호로부터 분리시켜 새로운 기호를 지시하다"라는 의미가 된다.

 

결국 디자인의 의미는 "이미 존재하는 기호를 해석해서 새로운 기호를 창조하는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2. 예술작품을 소장하고 있든 없든, 예술을 사랑하고 예술작품과 가까이 생활 하든 하지 않든 모든 사람들은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모든 상품과 의식주 생활에 예술가들이 창안해낸 예술작품과 디자인 작품을 덧입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루 일과를 시작하며 입는 옷부터 매는 넥타이, 구두, 양말, 승용차와 버스 디자인, 우산디자인, 스마트폰과 디지털 디바이스, 마우스 디자인, 추운 겨울 입는 아웃도어 외투 디자인, 비행기와 우주선에 이르기까지 예술가들이 밤을 지내가며 창작해낸 예술작품과 디자인에 힘입어 살아가지 않는 사람은 이 세상에는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모든 인간은 예술작품을 입고 그것으로 자신의 주어진 삶을 아름답게 가꾸며 살아가는 것이 현대인의 생활상이다.

 

3.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임을 증명하는데 법적 효력을 발휘하는 작가 시그니쳐는 그래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 없다. 물론 자신의 시그너쳐를 대충 만들어 쓰는 작가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다른 화가의 서명보다 특이하고 독창적인 서명을 만들기 위해 긴 시간 동안 고뇌하여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서명을 창안해 평생 완성된 작품 어딘가에 마지막 서명을 함으로써 이 서명이 자신의 진품임을 증명하게 되는 것이다.

 
세간에 심심치 않게 작품의 진위 문제로 법적 분쟁이 야기되는 사건을 보게 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X선 형광분석기로 작품의 내면 속 안료 분석을 감식함으로써 실제 작가의 진위 여부를 가려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작가의 친필서명을 감식함으로써 위작 여부를 판별하게 된다.

 
그만큼 작가의 친필서명인 시그니쳐는 작품 못지 않게 대단히 중요한 작품의 인증 요소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4. 널리 알려지 빈센트 반 고흐, 피카소, 드가, 모딜리아니, 르노와르, 쉐라 등등의 화가서명들로 디자인된 T-셔츠를 Paris에서 구했다.

 

아랫 줄에 나의 시그니쳐도 들어가 있다.

 
나는 예술가로 살아온 것이 자랑스럽다.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생각을 매일 쏟아내야 하는 그 과정이 고통스럽기는 하나, 그 고통 뒤에 맺는 열매가 얼마나 크고 영롱한지를 깊이 깨닫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고진감래(苦盡甘來) 란 말이 있듯, 쓴 고통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명작이나 명품을 낳을 수 있다는 생각만큼 어리석고 가벼운 생각은 없을 것이다.

 

정택영 (전 재불예술인총연합회 회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역임,
2006년 도불 현재 파리에서 활동 중,
재불예술인총연합회 회장 역임,
프랑스 조형미술가협회 회원,
월간 에세이 <한시산책, 파리 스케치 등 13여 년 연재 집필>,
월간 <아츠앤컬쳐- 파리스케치 8년 연재 집필>,
프랑스 파리 한인교민신문 <한위클리, 파리지성- '파리팡세' 칼럼 연재 중>,
드로잉 작품으로 세계 문학 책 50여 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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