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직필(正論直筆)】 "나가!" 와 "방 빼!" 사이에 끼인 청년 세대…우리시대의 '일그러진 자화상'(自畵像)

조광걸 | 기사입력 2019/11/26 [20:40]

【정론직필(正論直筆)】 "나가!" 와 "방 빼!" 사이에 끼인 청년 세대…우리시대의 '일그러진 자화상'(自畵像)

조광걸 | 입력 : 2019/11/26 [20:40]

 

▲  코이카(KOICA)의 서울 시내버스 래핑광고, "코이카 해외봉사단으로 나가!"  ©

 

 

현대사회에서 홍보는 매우 중요하다. 현대 기업들은 소비자행동학이라는 학문에 근거하여 과학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대기업 홍보비는 일반 시민이 생각하는 수준 보다 훨씬 높다. 한 통신회사는 분기 영업이익의 절반을 광고비 명목으로 지출했다는 보도가 있다.

 

기업뿐 아니라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정보제공뿐 아니라 기관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고 정체성을 제고하기 위해 홍보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마케팅 전략도 세대별 연령별 지역별 소득별로 대상을 세분하여 차별적인 마케팅을 한다.

 

지난 11월 22일 오후 종로2가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던 중 일종의 상대를 하대하는 태도를 내포하거나 낮추는 일종의 반말 표현인 "나가!"라는 매우 자극적인 광고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이 표현은 일반 일상생활에서 쓰이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홍보물이어서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해외개발원조기관인 코이카(KOICA)가 "코이카 해외봉사단으로 나가!"라는 공익광고로 서울 시내버스에 래핑광고(벽이나 기둥 혹은 차체 등의 겉면에 실사 출력한 인쇄물을 입히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광고)를 한 것으로 하단에는 버젓이 외교부가 표시돼 있다.

 

문제의 광고를 유투브로 시청한 결과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충격이다.

 

영상에는 가나 지도자로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가나출신의 샘 오취리(Sam Okyere)씨가 코이카 봉사단 인터뷰 현장에서 유창한 한국말로 면접자에게 반말로 “나가! 해외봉사단으로 나가!”라는 부적절한 모습이 나온다.

 

마침 코이카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작은 의견도 귀담아 듣겠습니다."라는 이미경 이사장의 문구가 보인다.

 

이 사건으로 이미 한달 전에 코이카 이미경 이사장이 기관장으로서 공식 사과한 홍보활동과 광고물이 아직도 버젓이 서울 시내를 휘젓고 다니는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 "자신의 약속을 잘 돌아보겠습니다"라는 다짐의 문구도 추가해야 할까? 뒤처리가 미흡해 보이는데, 민원들은 잘 처리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봉사단 파견만 거의 30년 넘게 수행해온 전문기관인 코이카가 국민 비호감 홍보를 하는데 내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제대로 경청했는지 의문이 든다. 뭔가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KOICA는 1991년 발족되면서부터 시작한 해외봉사단 파견사업은 현재 유네스코 한국지부에서 인수받아 시행해오고 있다.

 

봉사단의 원래 모토는 'Share & Respect'(나눔과 존경)이었다. 그러다가 'Share & Care'(나눔과 돌봄)로 바뀌었는데 그 이유는 봉사단 현장에서 간과하기 힘든 일들이 심심치 않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현지인 중에 우리 봉사단원에게 비아냥하듯이 말하기를 "봉사단 모토대로 당신 것을 나누고 우리를 존경해야 돼."라는 식의 부적절한 태도로 인해 귀한 우리의 젊은이들이 남모를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봉사단이 파견되는 개도국 대부분은 식민지의 상흔(傷痕)이 깊이 자리하고 있다.

 

봉사단 파견기관은 거의 선진국, 즉 식민지로 경영하던 나라들이다. 원조를 받는 '수혜국'(受惠國)에서 남을 도와주는 '공여국'(供與國)으로 전환한 최초의 국가인 대한민국은 원조 역사가 선진국에 비해 짧기 때문에 아직도 갖춰야 할 시스템‧인력‧훈련‧노력이 필요하다.

 

소리글자인 한글로 "나가!"라는 공익광고를 본 청년들의 심정은 어떨까? 마치 "방 빼!"라는 소리로 들리는 것은 아닐까?

 

'조국사태'에 분노하고 절망하고 취업에 고뇌하는 청년에게 코이카는 대책 없이 '방빼, 나가!'라고 한다.

 

20-30세대들의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과연 이런 광고를 제작 할 수 있을까? 과연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이런 생뚱맞은 광고가 필요한 것인지..

 

이 광고 하나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무색해 보인다. 

 

"나가!"라는 래핑홍보물을 부착한 시내버스가 서울시청과 종로를 관통하여 한강을 넘어 강남지역까지 하루에도 수시로 오고간다.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도 좋지만, 옛날 중국으로부터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으로 칭송받던 우리의 미풍양속과 역사를 지킬 때 어글리 코리안(ugly korean), 혹은 졸부(nouveaux riche)라는 손가락질을 받지 않을 것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제 한글을 웬만큼 읽을 줄 안다. 과연 외국인 관광객들의 눈에는, 서울에 소재한 각국 외교관들 눈에는 과연 어떻게 비춰질까?

 

우리나라 ODA 규모는 근래 급성장해 약 4조원에 달하고 있다. 4조원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값인 8억 원을 기준으로 5천세대의 대규모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규모이며, 4인 가족 기준으로 서울시민 2만 명의 주거문제를 깔끔히 해결할 정도의 규모다.

 

또, 우리나라 평균 아파트 중위값이 4억 원으로 이는 국민 4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1만세대의 아파트를 전국에 제공할 수 있는 규모의 돈이 현재 해외 원조 자금으로 쓰여지고 있고, 코이카는 그 중에서 2019년 기준으로 8,319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2022년까지 한국이 아세안 국가들에 대해 무상원조를 2배 이상 증액하기로 했다.

 

ODA 규모가 늘어날수록 해외봉사단의 파견도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코이카 광고인 "나가!"라는 식의 혐오스런 표현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해외봉사단은 자칫 외국어를 배우러 나가는 '책가방 셔틀'에 불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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