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모네 시어(詩語) 】

대각사동봉스님 | 기사입력 2019/07/01 [19:06]

【아네모네 시어(詩語) 】

대각사동봉스님 | 입력 : 2019/07/01 [19:06]

 

 

▲  아네모네   ©



 

꿀 따는 벌에게 길을 묻다

 

꿀 따는

 꿀벌에게

 꽃 이름

 물어보니

 

 고개도

 돌리잖고

 조용히

 하는 말이

 꽃에는

 관심없다네

 

 오직 꿀만

 찾을 뿐..

 

 

인연 (因緣)

 

보이는

때로 보이지 않는

개체와 더불어

끄나풀 하나

 

짧은 찰나에서부터

긴 억겁에 걸쳐

함께 호흡한

 

개체와 개체

이들을 잇는

과 끈

 

느껴지는

때로 느낌 밖의

소중한 고리

개체와 끈

 

나는

오늘도

감사하다네

 


빛과 그림자

 

나는
빛을 쫒다가
빛의 단짝
그림자를 발견했다

 

부처를
찾아 헤메다
다가올 세상의 부처
중생을 발견했다

 

중생을
발견하고 보니
중생 갈피갈피에서
부처 향기가 진동한다

 

나는
그림자를 쫒다가
그림자의 단짝
빛을 본다

 

쉼겨를休暇

구십을 바라보는 나이라 하여
기포가 이름 붙인 망구望九 어르신
아도 스님 음성이 지쳐있다
'원효 스님, 좀 쉴까요?'
대답 대신 첫새벽이
고개를 돌리자
'좀 쉬었다 갑시다' 한다

첫새벽이 받는다
'네, 아도 스님
겨를을 좀 쉬겠습니다'
옆에 있던 기포가 맞장구를 친다
'아! 첫새벽 선배님,
겨를暇을 쉬자休시니
참으로 좋은 생각이십니다'

'이 사람 기포!'
첫새벽에게 있어서는
그저 만만한 게 기포起泡다
'네, 첫새벽 선배님'
'겨를을 쉬자가 좋을까
아니면 쉼겨를休暇이 좋을까?'
이미 생각해두었던 듯
머뭇거림이 없다
'쉼겨를이오'

기포가 사는 세상에서는
며칠 쉬는 것을 휴가라 한다
열에 여덟아홉은 휴가를
쉴 휴休 자에
집 가家 자로 풀면서
가기는 산으로 바다로 간다
휴가란 쉴 휴休에 겨를 가暇다

사람이 살면서
겨를暇을 쉰다休지만
쉰다고 쉬어지지 않는 게
이른바 틈이고 또한 겨를이다
겨를은 곧 우주 대자연의 질서다
시간日은 임자가 없다
빌림叚을 통해 쓰는 것이다

어느 개인의 것이 아니기에
쓰되 집착하지 말고
감사한 마음으로
정갈하게 사용한 뒤
다시 본래 자리로 되돌려 놓는다
아도 스님의 제안에 따라
오늘은 '쉼겨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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